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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Tech Box 2020. 7. 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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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다메 칸타빌레

만화가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는 드라마화 되기 전에 두 가지 갈등이 있었을 것입니다. 만화, 그 자체가 좋은 시나리오 및 스토리보드와 다름없는 조건을 가집니다. 하지만 기존의 만화 독자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재미의 요소를 그대로 가져갈 것인지 아니면 영화 올드보이와 같이 각색을 과정을 거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입니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경우에는 전자의 경우에 영상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보완하는 형식을 갖춘 듯합니다. (만화를 안 봐서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_-)

이 작품의 주제는 굳이 잡으라면 ‘열정이 있다면 그것을 즐기라’는 것 같습니다. 이는 큰 사건 속에 인물이 배치되는 대부분의 드라마 구조와 다른 인물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이 작품의 특징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치아키는 피아노를 전공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휘자가 되기를 욕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릴 적에 비행기 사고를 당했을 당시에 심장마비에 걸린 노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무의식적인 죄책감에서 비롯된 비행기 공포증 때문에 유럽으로 유학을 가지 못하고 일본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성적이고 냉정한 성격이지만 노다메와 S 오케스트라(라이징 오케스트라의 전신)의 단원들을 통해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그 속에서 음악을 대하는 새로운 자세를 가지면서 성장하게 되는 캐릭터입니다. 이와 같은 성장은 후에 노다메와 S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희망이라는 효과를 돌려줍니다.

노다메는 피아노를 계속 즐기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론 공부는 뒷전이게 되고 혼자서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기를 원합니다. 어릴 적에 그녀의 자유로운 피아노 연주를 억압했던 교습소 선생의 폭력에 대한 아픔의 발로입니다. 그녀만의 세계 속에서 피아노를 연주를 하게 됩니다. 그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그 음악을 만든 음악가의 진심과 소통을 하지 못하는 연주입니다. 그녀, 역시 후에 유학을 통해서 그 재미를 깨닫게 되는데 근본적인 조력자는 치아키입니다.

명확하게 드라마는 두 인물의 성격을 과거의 아픔이 바탕이 되었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합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이들의 과거를 인물의 성격을 만들기 위한 장치 외에도 이를 활용하여 또 다른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치아키의 비행기 공포증, 콩쿠르에서 노다메와 유토의 만남 등등등...)

이 외에도 마에스트로, 미르히라고 불리는 슈트레제만은 이 두 인물에게 미래에 대한 화두를 제시해줍니다. 그는 노다메에게는 음악을 피하지 말고 마주해야 노다메가 정말로 소망했던 즐기는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치아키에게는 곡에 대한 진지함과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슈트레제만은 이 두 사람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주고 그들이 방향을 잃었을 때는 그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그들의 마음을 울리는 말을 남깁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아쉬운 것은 마에스트로가 욕망하는 것이 위의 두 사람의 성장이라는 것입니다. 즉, 그 스스로가 특별히 욕망하는 것 없이 (비록 여자들을 욕망하지만) 그들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캐릭터라는 점이 한계점인 듯합니다.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는 이 드라마 속에서 갈등 및 위기의 해결은 우연적이며 황당한 경우가 많습니다. 초반에 치아키는 피아노가 전공이지만 지휘를 하고 싶다는 내적인 갈등을 겪습니다. 여기서 등장한 마에스트로는 그에게 내키지 않지만 그에게 유학을 떠나지 않고도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합니다.

이후로 황당하게 마에스트로가 자신이 맡던 S오케스트라를 떠나 A 오케스트라로 옮기는 바람에 지휘의 기회를 잡은 치아키는 엉망인 오케스트라 단원의 실력과 자신의 혹독한 지휘법 사이에 고민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역시 노다메가 의도적으로 보여준 프리고로타 만화를 보면서 관계의 소중함을 깨닫고 단원과의 화합을 시도합니다. 이 과정에서 치아키는 내적 성숙을 가지게 된다는 설정입니다.

S 오케스트라의 성공 후, 결성된 A오케스트라의 지휘를 맡게 된 치아키는 새로운 위기를 맡습니다. 실력이 뛰어나지만 자신들의 콩쿨에만 관심을 가지는 새 단원들의 등장입니다. 좋은 결과를 맞이하고 싶은 치아키는 우선 연습 중단을 선언하고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면서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기를 다짐합니다. 하지만 문제의 해결은 뛰어난 실력을 가졌던 개개의 단원들이 콩쿨에서 좌절을 겪으면서 오케스트라를 통해 그것을 만회하겠다는 결심으로 극복됩니다. 이 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둔 치아키에게 남은 것은 세계에서 활약하는 것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문제는 비행기 공포증. 이 역시, 노다메의 체면술로 과거의 아픔을 어루만지면서 해결이 됩니다.

노다메에게 있어서 위기, 갈등의 해결도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됩니다. 노다메의 천재성을 깨달은 에토선생의 가르침과 학습보다는 자유로운 연주를 희망하는 노다메 사이의 갈등은 엉뚱하게도 노다메의 자각보다는 에토가 보여준 새로운 관심법(부채 대신에 피큐어 공략, 방귀춤 서약)이 치아키의 관심의 결과인 것을 깨달은 그녀의 감동으로 해결됩니다. 노다메는 에토의 지도와 그녀의 천재성 덕분에 실력을 키워나갑니다. 그리고 치아키를 따라서 유학을 가기 위해서 상금을 노리고 콩쿨 대회에 나갑니다. 콩쿨 대회는 그녀에게 즐기는 연주와 거리가 먼 성격이지만 치아키를 향한 연정이 이를 극복하게 합니다. 하지만 대회 전날 아프게 되어 연습을 못하게 되어 1위를 차지 못하게 됩니다. 노다메는 좌절하여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드라마 속에서 노다메의 고향은 정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입니다. 노다메와 치아키 사이의 감정, 노다메의 유학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녀가 고향의 머무는 동안에 온 문자메시지를 통해 그녀의 공연을 인상 깊게 본 심사위원 오클레르의 추천으로 노다메에게 유학의 기회가 생겼다는 내용이 전해지게 되고 노다메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무작정 그녀의 고향으로 온 치아키의 방문으로 둘 사이의 감정이 확인됩니다.

일반적인 드라마에서는 이와 같은 설정들이 황당함 자체이기에 비판 받지만 원작이 만화라는 점과 그것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서 드라마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합니다. 여기에 빠른 극 전개가 더해지면서 시청자로 하여금 충분한 몰입을 선사해주고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대비적인 면인데 에피소드와 소재가 풍부하다 보니 애꿋게 기존의 한국 드라마처럼 쓸 때 없는 감정을 묘사하는데 분량을 할애할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이와 같은 전개는 극 초반에 특수 효과, 영화의 패러디, 감각적인 장면 전환을 통해 효과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인물 소개로 자칫 설명적이기 쉬운 초반부를 만화적인 효과 및 영화 레옹, 레드 바이올린과 같은 장면들의 패러디, 이외에 세밀하게 계획된 장면전환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해줍니다. 특히 장면 전환 시, 치아키의 분노감, 폭력으로 마무리 되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는 시점에서 다음 시퀀스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외에도 음악이 중심인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매끄러운 전개도 가능했습니다.

고민의 흔적은 드라마 속 장치에서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씨를 뿌리고 거두는 것처럼 한 회에서 제시되었던 사건 및 장치들이 다음 회에서 다른 사건을 만들고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효과적으로 활용이 되어 드라마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구조를 가지게 합니다.

비록 노다메 칸타빌레의 뻔한 전개, 지나친 우연에 의한 관계 형성, 갈등의 엉뚱한 해소는 드라마 자체가 과장과 유치함에 많은 재미를 부여했기 때문에 시청자로 하여금 큰 단점으로 지적 받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럽 편에서 보여준 지나친 일본인 성공 신화, 일본인 특유의 좁지만 내밀한 인간관계 및 응원 문화의 매너리즘, 갑작스럽게 2차 예선 후에 치아키가 음악을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색하게 만듭니다. 특히 음악을 즐기기 시작하는 치아키의 연기는 그것을 하는 배우 스스로도 ‘나 지금 웃는게 어색해’라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연기자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연기는 제대로 나오지 않기 마련입니다. 이 밖에도 인물의 감정이 모두 내레이션을 통해 전달되어서 시청자로 하여금 추측의 여지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근래에 복잡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기호의 반영일 수도 있고 이 드라마 성격상, 그와 같은 표현이 효과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기획 의도는 무엇일까요?
아픔을 가지고 있는 개인들이 관계를 통해서 성장하고 삶의 열정을 찾아간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을 것 같습니다. 의도가 먹혔는지 여부는 개인 나름이겠지만 저의 경우는 그와 같은 관계및 삶에 대한 소소함 보다는 노다메의 통통 튀는 행동 및 무뚝뚝한 치아키가 보여주는 상황과 반어적인 냉정함이 보는 재미를 주었습니다. 스토리 자체에 대한 매력 보다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이 가득한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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